함께 가꾸고 누려야 할 자연에
마구잡이 경계 지은 불법 텃밭
정책 차원에서 강력 관리해야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면 여기 저기 그물망이 눈에 띈다. 비탈진 산기슭의 나무와 나무 사이의 경계를 두기 위해 사용된 끈이나 낡은 현수막들이 혼돈스럽다. 그물망 안에는 옥수수도 심어져 있고, 깻잎, 파 등이 있어 텃밭을 일군 흔적을 보여준다. 흙과 뒤범벅이 된 검은 비닐봉지들, 그 옆에는 ‘개인 사유지가 아니므로 불법 텃밭을 가꾸지 말라’는 해당 시청의 단속 팻말도 쓰러져 있다. 어떤 곳에는 소나무 가지를 잘라서 경계를 야무지게 친 모습도 눈에 띈다. 난생 처음으로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담당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쓰러져 있는 입간판을 세우는 것, 다시 새로운 입간판을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며, 텃밭을 가꾸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으니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하천, 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를 위한 정책의지의 실행이 남달라 보이는 이유다.

텃밭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소통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주위 지인을 보더라도 차를 타고 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텃밭을 가꾼 이후로 얼굴에서 생동감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는 원예의 치료적 가치를 점차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정원의 쓸모>를 쓴 수 스튜어트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이다. 그녀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정원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재배한 작물을 요리하여 먹는 공동체 활동이 장기적으로 치료 효과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1950년대 이전에 즉 새롭고 강력한 정신 질환 약물이 도입되기 전에 많은 시설에서는 치료 목적으로 큰 정원을 만들고 환자들이 키우는 꽃, 과일, 채소를 활용했다고 한다.

흙을 밟으면서 잡초를 뽑고 작물을 키우는 것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생명력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필자 역시 인도에서 공부를 했을 때 경험한 바이다. 학교는 매일 오후 한 시간 정도 정원에서 풀을 메고 물을 주는 정원 가꾸기를 요가수행의 한 방법으로 실천하게 하였다. 학생이든 교사이든 모두가 함께 한 활동이어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교실 밖의 정원에서 자연을 돌보는 것이 교실 안의 철학보다 더 빠른 성장을 가져왔다. 나는 학생이고 너는 선생이라는 개념을 넘어 서로가 한 존재로서 존중하고 존중받는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자연적, 영적인 연결성이라고 본다.

자연은 나의 것도, 너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다. 예부터 우리의 문화는 관계중심의 문화다. 그것을 잘 나타내는 생활 속의 언어가 ‘우리’라는 단어다. 우리 집,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심지어 혼자 살아도 우리 집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라는 인식이 자연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 땅, 우리 지구인 것이다. 생활 속 우리라는 문화는 내 주변의 환경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것을 나의 것과 너의 것으로 경계를 치는 것부터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대표적으로 불법 텃밭이다. 불법 텃밭은 광역단체장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며, 정책 차원에서 강력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리하여 담당자로 하여금 형식적인 단속과 미미한 벌금 앞에서 더 이상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여기 저기 방치된 땅들을 관리할 수 있는 합법적인 차원의 텃밭들을 많이 활성화시켜야 한다.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것이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되게 한다는 것을 알고 학생과 교사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교육정책이 도입되면 좋겠다. 건강증진 관련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위해 사회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연결성을 이어주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요가에서는 내 주위의 환경이 곧 나의 일부라고 말한다.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환경으로부터 나의 정신건강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꾸는 식물이 나의 것이라서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기보다는 식물을 가꾸고 돌보는 과정 그 자체가 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연과 연결되기 때문에 위로가 되는 것임을 우리는 그 근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것, 너의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진정한 의미의 우리라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리라 본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